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제목 | 작가 | 장르 | 출판사 | 독서 기간 | 플랫폼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 에세이 | 흐름출판 | 08.20 | 교보문고 |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흔적
우리의 선택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서울대 암 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 의사로서의 솔직한 속내를 담은 에세이.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는 아들, 의식 없는 어머니를 끝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다. 책의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출처: 교보문고
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머리말만 보고도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나는 유독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책, 그중에서도 에세이류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왜일까? 게다가 나는 다큐멘터리도 생명이 위독한 사람이 나오는 걸 못 본다. (찍는 장소가 병원이면 더더욱)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김범석 작가님은 종양내과 의사다. 암과 관련된 진료를 보시니까 그러면 이 책은 대부분 암 환자를 보고 쓰신 글일 거다. (이마 퍽퍽)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부터 벌써 눈에 눈물 고여있었다. ^_^,, (사실 어느 누구도 죽음 앞에서 초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김범석 작가님이 만난 환자들의 '비망록'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도 있고 가슴이 차갑게 식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는 의외로 가장 첫 번째로 나왔던 '너무 열심히 산 자의 분노'다. 사실 제목부터 나는 오열할 걸 예상했었다. ^^;; 너무 열심히 살았는데 시한부라는 건 나 같아도 분노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읽는 사람은 정말 모두가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에게 '열심히 살아오셨군요'라는 말을 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가난한 동네에서 가난한 부모님 밑에 태어나 8 남매 중 장남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부모님이 대학교 등록금을 내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자 등록금까지 스스로 마련했다. 졸업까지 무탈하게 한 뒤 회사에 취업해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외국계 기업의 임원까지 올랐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나도 노력하며 살았다고 하지만 이 분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거다.
이렇게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의사 입에서 나오는 '시한부 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거다. 정말 바닥부터 시작했으니까.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렀다. 안타까워서. (지금 그 에피소드 복기하는데도 눈물 남 ^_ㅠ) 새로운 신약을 써 보자고 작가님에게 화도 냈지만, 작가님은 호스피스 의료원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환자는 화가 나서 결국 자리를 박차고 다른 병원으로 갔지만 얼마 안 지나서 다시 돌아와 그냥 항암 치료를 계속 해 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낸 것만 봐도 가정에서는 어땠을지 안 봐도 뻔하다. 당연한 결과지만 아내랑도 서먹하고 자식들과도 서먹하다고 했다. 작가님의 신랄한(?) 표현으로는 돈 벌어 오는 하숙생이라고 하셨는데 이 표현도 사실 뭔가 슬펐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예전에 어떤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초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사가 첫 환자를 떠나보내고 병원 밖 벤치에서 오열하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의사들도 감정 소모가 참 심한 직업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종양 내과라는 특성상 환자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을 텐데 그럴 때마다 늘 두렵다고 작가님이 이야기하신 걸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쩌면 더 괴로우실 것 같았다.
나라면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8 남매 중 장남이었던 그 환자분처럼 분노할지, 아니면 다른 에피소드에 나왔던 할머님처럼 초연하게 운명을 받아들일지. 둘 중 어느 것도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냥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을 수는 없을까요. ㅠㅠ
작가님은 삶을 통해 죽음을 배우고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고 하셨다. 에피소드 끝마다 작가님이 짧게 코멘트를 적어 놓으셨는데 작가님만의 생각과 가치관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더라도 작가님이 이렇게 에세이를 써 주신 덕분에 나도 다시 한번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독서기록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0) | 2021.12.09 |
---|---|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0) | 2021.09.02 |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 (0) | 2021.08.20 |
야도노 카호루, 기묘한 러브레터 (0) | 2021.08.19 |
앤젤라 채드윅, XX : 남자 없는 출생 (0) | 2021.08.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