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제목 | 작가 | 장르 | 출판사 | 독서 기간 | 취향 별점 | 플랫폼 |
XX: 남자 없는 출생 | 앤젤라 채드윅 |
SF 소설 | 한즈미디어 | 07.07~07.09 | ★★★★ | yes24 |
만약 생식 과정에서 더 이상 남성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논쟁적이고 도발적인 소재가 ‘사회학적 과학소설’의 형태로 태어나다
1978년 처음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루이즈 브라운이라는 여성이 태어난 지도 벌써 40년이 흘렀다. 그사이 인공수정은 보편적인 난임 시술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외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는 논쟁만 분분한 채 투자도, 법규도 머뭇거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어쩌면 세상은 과학의 발전보다 사회의 발전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생명과학을 다룬 소설과 영화들도 과학 자체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에 더 주목할 때가 많다.
영국에서 출간된 장편소설 『XX』 또한 간단해 보이는 생명과학 신기술에 대한 인간 사회의 대응을 상상한다. 두 명의 여성에게서 추출한 난자를 서로 결합시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술이 가능해졌을 때, 현실은 어떻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할까?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남자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논쟁적이고 페미니즘적인 소재가 ‘사회학적 과학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각도로 예리하게 형상화된다.
출처: YES24
'XX : 남자 없는 출생'의 저자인 앤젤라 채드윅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XX의 핵심 아이디어는 오래전 내가 고등학교 생물학 수업을 받을 때 잉태되었다. 어머니의 DNA 절반과 아버지의 DNA 절반이 합쳐져 수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배우며 나는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미래에는 두 어머니 사이에서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도 생물을 배울 때 저자처럼 생각한 적이 있는데(이때 쥐를 이용한 실험이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아마도...?),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만약'을 소설로 풀어나갔다는 것이 대단하다. (엄지척!)
지금 시선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난자 대 난자 임신'이 사회적으로 무슨 엄청나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마냥 '난자 대 난자 임신'을 계획하는 레즈비언 커플들에게 비아냥을 보낸다. 심지어 '난자 대 난자 임신 실험'이 이루어지는 대학교로 찾아와서 시위도 벌인다. 어떤 기자는 어떻게 실험이 이루어지는지 보도하기 위해 레즈비언으로 위장해 잠입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줄스는 이런 사회적인 현상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여자 친구이자 아내인 로지의 이름이 신문 일면에 올라갈까 봐 초조해한다. 줄스는 되도록이면 자신과 로지가 '난자 대 난자 임신 실험'의 피험자 신분인 걸 최대한 적은 인원만, 아니, 자신들만 알기를 원하지만, 로지는 줄스와 반대로 가족들과 B.F인 앤서니(남자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줄스는 자신이 거절했을 때 실망한 로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키지는 않지만 오픈을 동의한다.
소설 속에서 '난자 대 난자 임신 실험'에 대한 사회 반응은 소설 밖에 있는 독자인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반응과 이해가 되는 반응이 있었다. 첫 번째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로지의 B.F인 앤서니의 반응이었다. 피험자로 선정되었다는 우편이 왔는데, 로지는 앤서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함께 기뻐해줄 줄 알았던 앤서니는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한다. 앤서니는 현재 매스컴에서 이 실험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모르냐며 로지와 줄스를 다그친다. 이런 실험으로 태어난 아기는 유전병을 가질 수 있으며, 건강에 이상이 있을 거라는 것. 또한 이런 실험은 남성을 소수자로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뭐 대단한 생명공학 박사라거나 의학적으로 박학다식한 것이 아니라서 과학적 근거를 댈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난자 대 난자' 실험을 한다고 해서 태어난 아기가 심각한 유전병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비약이라는 거다. 똑같이 성 염색체 절반씩 받는 건데 무슨 근거로 유전병이 생긴다는 거지? 그리고 남성을 소수자로 만든다? 이것 역시 비약이다. 소설은 실제 현실과 비슷한 세계이므로 레즈비언이 인구 90 %를 차지하는 건 아니다. 그 말은 헤테로 커플이 주류이고, 호모 커플이 비주류라는 건데 레즈비언 커플 모두가 '난자 대 난자' 임신을 한다고 해서 '남성'이 이 세계에서 소수가 될 수 없다. 레즈비언 커플이 10명씩 아기를 낳아도 불가능하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해야 저런 비약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가슴을 퍽퍽 쳤다. 그래도 뭐... 결국엔 앤서니도 로지와 줄스의 임신을 축하하러 오지만...
내 기기 기준으로 총 930 페이지가 나오는 'XX : 남자 없는 출생'을 읽는 내내 나는 줄스와 로지 모두 답답했다. 아마 내 실제 친구였다면 그들의 태도에 버럭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줄스는 줄스대로 머리 아픈 일을 겪고, 로지는 로지대로 머리 아픈 일을 겪는데, 줄스는 섬세함이 부족하고 로지는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줄스는 로지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좀... 모자람이 있어 보였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건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 읽는 내내 나는 줄스에게 좀 많이 화가 났다. 그러다가 온전히 줄스와 로지의 편이 되기로 했다. 내가 줄스였어도 그렇게 행동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떤 누가 온세상이 CCTV가 되어서 내가 하는 행동, 먹는 것, 가는 곳곳마다 파파라치들이 달라붙는데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심지어 줄스와 로지는 원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커밍아웃을 당해야 했다. 그런 걸 생각하니 이성이 조금 돌아오면서 줄스와 로지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갔다. 하... 진짜 분노의 화살을 받아야 하는 인물은 따로 있었는데.
난자 대 난자 임신 실험이 가능해진 세상을 보면서 지금 당장의 한국을 생각하게 됐다. 난자 대 난자 임신이 한국에서도 가능해지면 책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들' 중엔 줄스가 당한 것처럼 오줌 테러도 있겠지.
난자 대 난자 임신이 가능해진다면 생명윤리적인 면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
나는 난자 대 난자 임신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지금 당장은 난난 임신을 찬성한다. 물론 이 생각은 나중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난자 대 난자 임신도 OK라는 입장이다. 난난 임신으로 인해 XY 성별이 멸종(책의 표현)된다는 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이 더욱 완벽해진다면, 그리고 또 내가 생명윤리 지식이 쌓인다면 꼭 이 주제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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