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터 스켈터
오카자키 교코
제목 | 작가 | 장르 | 출판사 | 독서 기간 | 취향 별점 |
헬터 스켈터 | 오카자키 교코 | 만화 | GOAT | 4.30 | 4/5 |
『핑크(PINK)』『리버스 에지(RIVER&S EDGE)』와 함께 오카자키 교코의 3대 걸작으로 불리며, 1996년 5월 19일 작가가 맞은 불의의 사고로 연재가 완결되지 못하고 미완성 상태의 단행본화가 오랫동안 지연되면서 세상의 작품으로 알려진 장편만화다.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이어지는 미끄럼틀
헬터 스켈터는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노래 제목이다. 만화의 모티프가 된 다소 시끄럽고 거친 이 음악의 가사가 책에 대한 유용한 가이드가 될 듯싶다. 바닥에 다다르면 난 미끄럼틀의 꼭대기로 다시 기어올라. 꼭대기에서 밑바닥으로 내려올 때까지 미끄럼을 타. 그러곤 널 바라보지.& 당연한 말이지만, 아래로 미끄러지려면 꼭대기까지 올라야 한다. 높이 오른 사람일수록 가공할 속도로 하강한다. 『헬터 스켈터』의 주인공 리리코는 전신성형으로 스타덤에 오른 시대의 아이콘이지만, 부작용을 견디지 못한 몸과 정신이 처절하게 무너져간다.
아름답지만 기형적인 스타를 만들어 권력을 쥐여주고, 참새를 공작으로 끌어올리는, 그러나 실체를 알 수 없는 군중은 리리코를 향해 열렬히 환호하고 열렬히 싫증을 낸다. 브리지트 바르도 같기도 하고, 라켈 웰치 같기도 하고, 조세핀 베이커 같기도 하고/같기도 하고/같기도 한 리리코의 겉모습과 발언은 표면에 가깝다. 욕망을 짜깁기한 듯한 리리코는 한창 공사 중인 도쿄 곳곳의 시끄러운 거리를, 비명 같은 웃음을 뿌리며 질주한다.
출처: YES24 헬터 스켈터 상품 페이지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681352)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유튜브에서 '헬터 스켈터'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헬터 스켈터' 리뷰 영상을 보고였다. 영상을 볼 때는 원작 만화가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독서 유튜버가 '헬터 스켈터'라는 만화책을 후루룩 읽었다는 후기를 보고 나도 따라 보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때 봤던 리뷰 영상에 나온 영화의 제목이 '헬터 스켈터'라는 걸 기억해내지 못했었다.
ebook 기준으로 '헬터 스켈터'는 324 페이지가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분량인데 모두 읽는 데 두 시간이 채 안 걸렸다. (너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피곤해서 만화 보다가 중간에 잠들었었다)
'헬터 스켈터'의 주인공은 리리코. 친엄마가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속 모델이다. 리리코에게는 리리코의 팀에서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엄청난 비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리리코가 전신 성형 모델이라는 것. 불법적인 수술로 세기의 미녀가 된 리리코는 아름다운 외모와 솔직한 성격으로 금방 탑의 자리를 얻게 된다.
리리코에게 엄청난 아름다움이 수술로 얻어진 만큼 엄청난 부작용도 존재했다. 그건 바로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멍이 생긴다거나, 머리카락이 다발로 빠진다는 것이었다. 리리코의 엄마는 '하자'가 생기는 리리코에게 싫증이 나지만, 자신의 엔터테인먼트 주가를 가장 높이 올리고 있는 것이 또 리리코라서 그녀의 수술을 진행했던 병원으로 리리코를 데리고 가서 수습을 한다.
'하자'가 생기는 리리코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리리코의 엄마는 환골탈태한 리리코를 보며 잘나갔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자신의 욕망이자 리리코 본인의 욕망이기도 한 '아름다움'을 위해 리리코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결국 리리코는 망가지게 된다. 자신보다 아름다운 후배가 나타나자 몸이 망가지고 있던 리리코는 정신적으로도 더 망가지게 된다. 약을 수십 알을 먹고, 생방송에서 말실수를 하고, 나아가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리리코를 동정했다. 전신 성형 전에 추악했던 자신을 혐오하며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리리코가 안쓰러웠다. 리리코가 그런 식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는 모두 '외모 지상 주의'라는 것이 이 사회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니까. 한편으로는 또 리리코를 보며 반성했다. 나 역시 아름답고 멋있는 것을 동경하고 있다. '헬터 스켈터'를 읽으면서도 아름다고 멋있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리리코를 동정했다는 게 너무나도 모순적이지만 그럼에도 외모 지상주의로 인해 한 사람이(아무리 실재하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파멸로 이르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평소의 나라면 열린 결말을 싫어했겠지만 '헬터 스켈터' 만큼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림체도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헬터 스켈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영화로도 보고 싶은데 지금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없어서 아쉽다. ㅠㅠ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전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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