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장

로라 스피니, 죽음의 청기사

기록 중독자 2021. 7. 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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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청기사 

로라 스피니

 

제목 작가 장르 출판사 독서 기간 취향 별점 플랫폼
죽음의 청기사 로라 스피니 세계사/세계문화 유유 07.06~ ★★★ yes24

 

 


 

 

2020년 벽두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를 뒤흔든 화두는 단연 코로나19다. 사람들은 이런 일이 처음 만나는 지구적 재앙인 듯 허둥대다 이내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런 사달이 과연 처음일까? 이 모든 일이 예측 불가능했을까?

저널리스트 로라 스피니는 코로나19 시대와 놀랍도록 비슷한 일이 딱 100년 전에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1918년 발병한 스페인독감이다. 『죽음의 청기사』에서 저자는 탁월한 탐사 기량을 바탕으로 당시의 언론 보도부터 개인의 사연,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흩어진 데이터를 그러모아 스페인독감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시킨다. 또한 스페인독감이 어떻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했고 나아가 어떻게 흐려졌는지를 추적하며 전염병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펼친다. 즉 이 책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우리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스페인독감에 관한 가장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논픽션이다.

 

출처: 예스24

 

 


 

 

평소에 세계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터라 (암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세계사 장르는 가장 기피하는 장르 중 하나였는데, 요즈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유행병에 관심이 생겨서 책을 찾던 도중 '죽음의 청기사'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표지에 가장 먼저 끌려서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담고 찾아보니 세계사와 관련된 책이었다. ^^;; 문학 혹은 내가 좋아하는 과학 분야가 아니라서 집중도는 솔직히 중간중간에 떨어졌다.

 

저자는 '첫 유행병'이라고 명명된 순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간에게 닥친 유행병의 순간을 역사적인 근거를 통해 기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페인독감'에 초점을 맞췄는데 왜 하필 스페인독감일까 하는 궁금증은 머릿말부터 해결된다.

 

전공이 생명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질병, 유행병과 관련된 지식들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게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세계사에 거부감 아닌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기존 지식과 연결 짓기 쉽게 책이 쓰여져 있어서 나 같은 경우에는 흥미롭게 읽었다. 이쪽 지식이 전혀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각주가 많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읽는 데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발췌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기나 설정에 따라 페이지 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노트북 기준으로 페이지 작성했어요.)

 

/p. 8

죽음의 청기사는 『성서』의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네 명의 기사 중 하나다. 세상에 종말을 가져오는 네 가지 재앙 중 질병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p.10

독감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의 큰 구조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긴장감을 준다. 미국 중부 군부대에서 시작된 혐의의 초점은 프랑스 전장으로 옮겨 갔다가 중국 산시성 산악 마을, 다시 미국의 농지와 대도시를 오가며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어느덧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하지만 심증은 재앙의 '스모킹건', 바이러스가 종간 경계를 뛰어넘는 유출로 향한다. 방아쇠를 담긴 범인은 누구였던가. 유력 용의선상에 우리 인간이 오른다. 오래전부터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고 그에 의지해 살아오고,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동물 병원소를 교란시켜 우리 안으로 불러들인 것이 누구인가. "스페인독감이 돼지가 사람에게 옮긴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마치 어두운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것만 같다.

 

/p.18

스페인독감은 지구상에서 3명당 1명, 그러니까 모두 5억 명의 사람을 감염시켰다. 1918년 3월 4일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920년 3월 어느 땐가 마지막 사례가 있기까지 모두 5000만 명에서 1억 명 가까이가 이 병으로 숨졌다. ...중략... 대규모 인명 손실을 낳은 단일 사건으로는 제1차세계대전(1700만 명 사망)과 제2차세계대전(6000만 명 사망)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어쩌면 두 전쟁을 합친 것보다 더 클 수 있는 규모였다. 스페인독감은 흑사병 이후, 어쩌면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거대한 죽음의 해일이었다. 

 

/p.27

사람들은 흔히 제1차세계대전이 낭마눚의와 진보의 신앙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은 전쟁이라는 형식에서 산업적 규모의 살육을 가능케 한 반면, 스페인 독감이라는 형태의 대규모 살육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 독감은 흑사병 이래 무엇보다 더 급진적으로 인류의 인구를 재편했다. 제1차세계대전의 경로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주장컨대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에도 일조했다. 인도를 독립 쪽으로 더 가깝게 밀어붙였는가 하면, 남아프리카를 인종분리 정책으로 다가가게 했고, 스위스를 내전의 벼랑 끝으로 몰고갔다. ...중략... 스페인독감을 논의할 때는 '아마도', '십중팔구' 같은 수식어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1918년에는 독감을 진단할 방법이 없었고, 따라서 그게 그건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럼에도 1918년 범유행병이 20세기 전반기에 변화의 속도를 앞당겼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세계를 빚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p.67

스페인독감은 바로 이런 세계를 배경으로 터져 나왔다. 자동차는 알았지만 노새에 더 편함을 느꼈던 세계, 양자 이론과 마녀를 동시에 믿었던 세계, 근대와 전근대 양쪽에 걸쳐 있던 세계, 그래서 어떤 이는 초고층 빌딩에 살면서 전화를 사용하지만 어떤 이는 중세 시대의 조상처럼 살았던 세계. 하지만 그들에게 막 쏟아져 내릴 페스트에 관한 한 근대적인 것이라고는 없었다. 아니 철저히 고대에 속했다.

 


 

'죽음의 청기사'를 읽으면 1918년에 스페인독감이 주로 널리 유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 유행한 병이지만 제2차세계대전 때문인지 아시아에도 스페인독감이 기승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검색해서 더 찾아보니 아시아에서는 기록이 워낙 제멋대로라고 한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그 당시에 일본에 의해 강제점령기를 겪고 있을 때였는데, 이 스페인독감 때문에 3.1 운동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20세기가 스페인독감으로 고통받았다면 21세기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다. 책의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던 것처럼 전쟁은 길게 기록되는 반면에 유행병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아주 짧게 기억되고 있다. 에이즈라는 유행병도 최근 들어 경각심이 줄어든 것처럼 코로나19도 2년 정도 지속되다 보니 사람들이 경각심을 잃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유행병에 대한 역사를 배우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런 일을 겪게 될 때는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독감이라는 병 자체를 몰라서 실수를 저질렀다면,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확진자가 다시 조금씩 많아지는 걸 보고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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